나는야 지렁이
택시 운전사!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걷다 보면 밖으로 나온 지렁이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으악, 징그러워!” 하거나, “말라버렸네…” 하면서 그냥 지나친 경우가 많겠지요.
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이 작고 하찮아 보이는 지렁이가 사실은 지구의 숨은 히어로라는 사실을요!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도 지렁이를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지렁이는 흙을 기름지게 만들어줍니다.
흙을 먹고 소화하면서 내놓는 배설물은 훌륭한 천연 비료가 되고,
땅속을 파고 다니며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돕습니다.
또 낙엽이나 썩은 식물을 분해해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기도 하지요.
지렁이는 단순히 ‘분해자’가 아니라 흙의 환경 자체를 바꾸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흔히 생태계의 엔지니어라고 불리기도 해요.
지렁이가 많은 땅은 건강한 땅이라는 뜻이지요.

겉보기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참 대단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 흙 속의 엔지니어는 왜 가끔 밖으로 나오는 걸까요?
지렁이에게는 폐가 없어서, 피부로 호흡을 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도로나 인도에서 지렁이를 본 적 있으시죠?
흙 속에 물이 차면 호흡이 어려워져 공기가 있는 밖으로 나오는 거예요.
또 공기가 습할 때는 먼 길을 이동하기 위해 나오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도로 위에 갇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지렁이는 징그러워하실 수 있으니 살짝 가려봤어요)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있어요.
바로 지렁이를 흙으로 되돌려 보내주는 것, 저는 이것을 지렁이 택시라고 부릅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생태계 구호 활동이지요.
지렁이를 흙으로 옮겨주면 자연과 연결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무언가의 생존을 도왔다는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랍니다.

다만 지렁이 택시를 할 때는 두 가지를 꼭 기억해 주세요.
맨손 대신 나뭇가지나 낙엽 같은 도구를 이용해 옮기기
높은 곳에서 던지지 않고, 흙 위에 살포시 놓아주기
왜냐하면, 맨손으로만질 경우, 손에 남아 있는 로션이나 비누 성분 같은 화학물질이 지렁이에게 자극이 될 수 있고,
또 지렁이는 피부가 얇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지렁이가 나뭇가지 위에서 몸부림을 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흙 위에 내려주면 됩니다.

저는 지렁이 택시를 취미처럼 하면서 작은 행동이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지렁이를 도와준 날은 행운이 따르는 기분까지 들어요.
마치 지렁이가 작은 복을 나눠주는 것 같달까요?
여러분도 길을 걷다 길을 잃은 지렁이를 만나게 된다면, 잠시 멈춰 흙으로 데려다주세요.
혹시 알아요? 그 따뜻한 손길이, 복권 당첨 같은 특별한 행운으로 돌아올 지도요.